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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일치운동과 3명의 피터에 대한 단상 본문

일상다반사/해외통신원

교회일치운동과 3명의 피터에 대한 단상

보노정 2010. 1. 25. 08:00


오늘 설교말씀의 주제는 '다양성에 기반한 통합'이었다.

이번 주간이 Week of Prayer for Christian Unity 이기도 해서 그랬겠지만, 평소 교회 정보지에서 ecumenical이란 단어가 자주 나오고 웬지 단어의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찾아보니 교회일치운동 이라고 하더군.

우리가 경배해야 하는 대상은 하나님 한 분인데, 왜 인간들은 바티칸으로, 통곡의 벽으로, 메카로, 수십갈래의 개신교로 흩어져가느냐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라고나 할까.

알기쉽게 이야기하느라고 그랬는지, 혹은 교회에 출석하는 흑인, 아랍인 부모, 동양인(오늘은 나 혼자)들을 고려해서 였는지, the Minister 가라사대 - '다양한 문화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하나님 안에서 한 자녀로 어울리면서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배워가는 것은 귀중한 일이고, 이런 다양성의 경험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라는 것.

백번 지당한 말씀이고 나 또한 이 땅에 와서 피부색, 문화배경 다른 사람들로부터 참으로 많은 것들을 배워가고 있기 때문에 절.대.공.감 하며 들었다.

그런데, 문득 그 순간...한 명의 피터가 머릿속을 스쳤다.
출석 둘째 주만에 인사를 나누었는데, 백발 성성하신 분이 어찌나 '일본인'에 대한 강한 호감을 갖고 계시던지...유일한 동양인 친구인 준코 아주머니와 같이 서 있을라치면, 한국에서 왔다고 내 소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일본레이디라면 다 환영이야. 꼭 우리 집에 차마시러 와'라고 강조를...^^;;
지난주엔가는 예배중에 'peace with you'라는 인삿말로 일어서서 돌아다니며 거의 모든 사람과 악수하는 '평화 나누는 시간'에, 일부러 날 외면하는 듯한 인상을 받아서 하마터면 '평화 외면하는 시간'으로 느껴질 뻔 했었다. 
나에게, '저 분을 위해 기도하리라' 는 도전을 준 피터.  피터 할아버지는 오늘 설교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첫 번째 인상적인 피터다. 

(업댓: 1월 31일 예배에서 만난 피터할아버지는 완전 친절하셨다.  사실 내 관점이 달라진거다.  아마 첨엔 내가 낯이 설어서 그러셨던 듯 싶다.^^;;  늘 느끼는 거지만, 일단 나의 시각을 교정해야 사물과 현상이 제대로 보이는 듯.  그러니까, 이노무 스몰마인드를 버려야 세상이 제 위치에 놓이겠다는!)

두 번째 피터는 교회 오르간 반주자.
예배 처음 참석했을 때,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반주에 감동해서 거의 눈물이 나올뻔했기에, 안경끼고 다소곳이 앉아있는 반주자에게 눈길이 갔다.
오르간 반주를 취미로 하는 틴에이저 아들을 둔 준코아주머니가 교습을 부탁해보려고 예배후에 티타임때 옆에 서있던 피터와 대화하는 바람에, 그와 인사를 하게 되었다.

우연의 일치인가, 내가 좋아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과 같은 직장인 Oxford University Press에 다닌다는 것 아닌가.  그때 마침 1월 초 큰 눈이 왔을 때여서 재미있는 눈사람들을 회사 마당에 만들어놓고 컨테스트하고 그랬다는데, 그 이야기를 했더니 새삼스러워하며 금방 말을 트게 되었다.  물론 수줍음이 많은 것 같았고, 내 영어가 고생이어서 길게 말은 못했지만...ㅋ
오늘은 두 번째로 인사한 날인데 소니 디카로 동영상을 찍어줬더니 조금은 재미있어 하더군. (사진의 뒷 모습 나온 분)

(업댓 : 지난 주에 카메라 자랑 하자마자 2일 후 전원이 작동안된다.  더구나 오늘은 어르신들과 오래 이야기나누느라 인사도 못하고...이 분 회사일 관련해서 부탁 하나 하려 했는데...흑)

에이미 할머니의 생일이라 케이크 커팅/ 티타임 시간 정경 / 늘 차 봉사하시는 젠틀맨 이언 할아버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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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피터는 St. Abbe 교회의 성경공부 중 하나인 목요일 여성바이블스터디에서 설교를 하시는 피터 목사님이다.
15명 정도가 둘러앉아 편하게 담소도 나누고 차와 케이크를 즐기다가 성경말씀도 듣고 찬양하고(심지어 예배때보다 더 힘차게!), 모두가 눈을 감은 가운데 자발적으로 누구든지 기도할 내용이 있으면 기도하는, 그런 모임은 처음이었기에 참 감동받았다. 
피터 목사님은 주일 저녁에 설교를 하신다는데, 작은 모임에서도 힘차게 말씀을 전하시는 것이 참 멋져부러~ 였다.  아직 인사는 나누지 못했지만, 오늘 이 교회에서 여자목사님께 말씀에 정말 감동받았다고 인사드린 것 처럼, 다음번에 꼭 나의 감동을 전하리라!  (사진의 빨간 옷 입으신 분) 

(업댓 : 그 담주 목욜 성경공부에는 다른 여성분이 말씀을 전해주셨다.  끝무렵 오셔서 인사만 하시던 피터 목사님.  이리하여 감사표현은 물을 건너서 다음 기회로~)

치~즈 하란다고 정말로 치즈 해버린 me, 불어도 잘한다는 베쓰, 절친 조이(우->좌)/ 담소나누는 사람들 모습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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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교회일치로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3명의 피터 이야기로 우회전했었는데, 다시 좌회전해서!
기회가 되면 꼭 영국교회들에서 펼쳐지고 있는 교회간 연합의 형태(옥스포드에서의 짧은 경험에 기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아직 과문하여서 일부 몇 가지 눈에 보이는 대로만 판단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영국교회의 지역교회들간 연합은 양적성장에만 치중한다는 비판도 듣고있는 한국교회가 참고해야 할 '초대교회'본연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지역의 4~5개 교회가 서로 연합하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관리사무소도 있다), 예배와 찬양, 성경공부 모임, 지역사회 현안 토론 모임에 이르는 다양한 모임활동을 공동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한 교회가 재정적으로 어렵다고 하면 다른 교회들에서 공동모금을 하는 등, 그 연합과 협력의 층위가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고 튼튼하다.

물론 교회에 젊은이들보다 나이드신 분들이 훨씬 많고 출석교인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어서 비워두는 교회가 생기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활발한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교회연합 활동은 영국교회와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공동체 정신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라고 생각된다. 

한 달간 출석하면서, 이 소박하고 따뜻한 교회에 많은 빚을 진 기분이다.  빚진 자의 마음으로 오늘은 잔 씻는 일을 도왔다.  기것해야 마른 행주로 물기 닦는 일이었지만, 기뻤다.
여기서 만난 친구들이 젊은 외국 학생들이 많이 오는 큰 교회에서 자기들과 함께 예배드리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수차례 했었지만, 주일예배는 이 곳에서 성수하고 싶은 마음이다.
피터 할아버지를 위한 '다양성 존중' 기도도 빼먹지 않으리!^^ 

내가 한국에서 출석하고 있는 우리 한일교회도 주변 교회들과의 연합을 통해 지역사회속으로 더 깊숙히 들어가서, 중구 지역 일대의 영적 변화와 고통받는 사람들의 치유에 단비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우리 유년부 아그들을 비롯, 교회식구들이 보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