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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해외통신원

옥스포드서 은행계좌 만들기

보노정 2010. 1. 22. 08:54

런던이나 옥스포드나 Lloyds, HSBC, Barclay가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은행들이었다. 

나같이 1년 정도 학생신분으로 있는 사람에겐 패스포트 어카운트를 만들어주는 게 일반적인데, 학교에서 발급한 방크레터가 필요하다. 
여권과 동일한 기본적인 인적사항, 학업기간, 집주소, 원 국적 주소지가 명기되어야 하는데, 내 경우 비즈니스 스쿨이어서 이런 서류요청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지 완벽한 서류를 위해 몇 번이나 학교를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른다. 
웬만한 행정절차가 대부분 우편으로 이뤄지는 것이 여기선 일상이니, 성질 급하고 마음 급한 내가 학교로 직접 찾아갈 수 밖에.

절친 동기가 HSBC 대만에서 일하고 있어서 처음엔 웬지 의리상 거기서 만드는 게 좋으리라 생각했었다.  상담해준 여성도 통통한 볼에 명랑한 목소리가 아주 친절했으므로 기분좋게 내 정보를 미리 입력하게 해줬다. 
그러나, 재빨리 파악해보니 HSBC는 데빗카드(체크카드 개념)를 만들면 월 6파운드(초기 6개월간)~8파운드(6개월 이후)를 받는다!  1년이면 84파운드를 왜 그냥 은행에 줘야 하는 건데?
난 처음엔 내 계좌로 매달 돈을 넣어준다는 줄 알고 '오~ 마케팅 방식 맘에 들어~' 했다. 
공짜 좋아하면 상식 이하의 엉뚱한 결론을 내리기 쉽다.  -.-
유학원을 통해서 온 어학연수생들의 경우는 학원에서 일괄적으로 미리 HSBC에 계좌를 만들어 줬다고도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HSBC는 이 분야에 강점이 있다고들 한다.

혹자는 우리은행의 경우, 미리 한국에서 해외계좌를 만들어두면, 인터넷 뱅킹으로 원래 나의 계좌에서 해외계좌로 별도 수수료 없이 송금이 가능하다는 팁을 주었다.
그런 팁 왜 한국에선 발견하지 못했을까?  '정보가 곧 돈'이라는 영국사는 이방인들 사이의 불문율이 왜 여기에 와서야 드러나느냐 이거다.  다 내가 과문한 탓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로고.  나름 준비한다고 했는데, 가장 중요한 금융 부분에 있어서는 이리 미천한 수준이었다니.
비록 인출할 돈은 별로 없지만, 그나마 인출수수료가 가장 저렴하다는 씨티뱅크 국제현금카드   두 개를 포함해서 타 은행 국제현금카드 2종 등등 꽤나 챙겨왔단 말이다! 
하긴 씨티은행에서 뭔가 하게 되면 달러로, 파운드로 두 번 계산된다는 계산.  씨티뱅크 카드는 미쿡에서나 잘 쓰라지!  (시티뱅크 홍콩서 일하는 동기 힐다에게는 미안하네.)
런던에 6개 지점이 있다는 설명과 함께 친절히 지도까지 출력해준 한국 행원에게도 미안한 일이나, 거기 찾아다니느니 그 교통비로 밥 한 번 거하게 사먹고 여기서 영국은행 카드 만드는게 낫다는 결론은 이미 영국 온 지 1주일만에 내려졌었다.

아무튼 당연히 나의 결론은, 만들기는 조금 더 까다롭다고 하나 데빗카드 관리비를 따로 받지 않는 Lloyds로 정해졌다.  (집주인 토릴 언니가 은행에서 처음 계좌만들때 데빗카드 관리비 무료인지, 수표(여기선 거래의 상당부분을 종이수표로 하더라)관리도 무료인지, 타은행 송금도 무료인지 물어보고 결정하라고 했었다.  지나고 보니 뭔 말을 했는지 알겠더라는...ㅋ
)
우여곡절끝에 방크레터 들고 시내 로이드 은행에 가서 계좌를 만들었다. 
외국 사람들에게 까다롭다는 인상을 줬다는 로이드 은행의 문턱은 그닥 높지 않았다.  필요 서류가 물론 다 구비되어 있었으니까.  이것 저것 뭐 그리 많은 정보를 알려주던지...금융에 관한 것이므로 하나라도 놓칠까봐 귀를 덮었던 모자까지 위로 치켜들고 쫑끗거렸다.  행원이 아마 '얜 또 뭥미~' 했을거다. 
현금카드 계좌와 이자 쪼금 붙는 세이빙 계좌 두 개를 주던데, 연 이율이 1~2%로 바닥인건 우리랑 비슷.  영어로 interest rate라는데, 하나도 인터레스팅하지 않은 이율이다.-.-   

당최가 내 돈 맡겨서 은행에 부를 가져다 준다는데, 왜 데빗카드 관리비는 다달이 떼어가며, 또 까탈스럽게 굴 것은 또 무엇인가?  싶지만...
은행이라는 조직의 생리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만에 하나 있을수도 있는 위험부담을 철저히 0 로 만들어놓고 시작하는 것이 그들의 게임룰이니까.  
그럼에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재앙이 생기지 않는가?  자본주의 생리상 그런 재앙은 피할 수 없고,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오오...묵시록같다)
여하간, 난 지금 소비자 입장이므로, 철저히 그런 그들의 입장은 무시해준다.

15일(금)에 은행서 신청했는데, 20일 아침에 집으로 4종의 퍼스트 우편물이 다다닥 도착했다. 21일인 오늘은 또 무슨 핀 넘버라고 보안 철저히 해서 세컨드 우편으로 보내왔고. 

어제 오늘, 내 이름으로 된 우편물과 택배 한 박스를 받으니, 참...이거 나도 이 나라 시스템의 일원이 되었구나 싶었다.  물론 스탬메일이 동시에 따라붙은 건 당연지사.  아, 놔 증말...



느린 듯 하면서도 철저하기는 참 철저한 이들의 금융시스템이 오랜 시간 축적된 역사의 산물이라는데 생각이 미치니까, 툭 하면 '100년 넘는'이라는 표현을 쓰는 영국이라는 나라의 긍정적인 한 단면을 얼핏 들여다 본 것 같다.  비록 영원할 것 같았던 영화로움은 사라졌지만...
그게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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