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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해외통신원

옥스포드 통신 - 한 웅큼 글 날리고 나서...

보노정 2010. 1. 12. 09:42
아무래도 티스토리 시스템에 적응하기가 어렵다.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맞았던 폭설, 첫 수업 등에 대한 감회를 골자로 열심히 두들겼던 글들이 다른 싸이트 잠시 들렀다 오니 런타임 오류라고 사라졌다.  지우개로 싹 지운 듯. 

다시 쓰려니 생생함은 사라졌고 피곤이 몰려온다.  12시 반.  지난 주 내내 이어졌던 종일 토론수업과 웰컴드링크, 디너타임으로 겹겹이 쌓인 피로는 영국교회에서 은혜받고 온 어제 잠시 풀리는 듯 하였으나, 오늘 그간 밀린 일들을 처리하러 은행, 학교, 휴대폰 매장 등을 헤매고 다닌 여파로 다시 나의 눈꺼풀을 잡아당기고 있다.

지인에게 썼던 메일에서 일부를 빌려와야겠다.  웬지 미안한 느낌 들지만,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때의 활력넘치는 대화체를 아무래도 여기서 구현하기는 어렵기 때문.  날아가버린 글들이 서운해서이기도 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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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언니!

나름 잘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간의 학교 수업이 많이 힘들었나봐요.  
 
그 많은 잘난 사람들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4일을 꼬박 붙어있었으니 커뮤니케이션이 어찌 쉬웠겠어요만은...
오늘 돌아오는 길에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을 밟으며 웬지 엄마가 그립더라는.^^;;
 
뭐 그렇다고 청승 모드는 아니어요.  수업내용 완전 나이스에 사람들도 SO COOL~
비록 이번엔 옥스포드 유니언과 Corpus Christi College에서 디너를 가졌지만 다음 번 모듈에선 유명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해리포터처럼 저녁식사를 할 수 있겠죠.
 
이 집 5살배기가 목 수술을 받고 새벽마다 아프다고 울어서 잃어버린 휴대폰 대신에 인간알람이 되어주었고, 종일 수업에 이틀의 디너와 웰컴드링크...체력이 바닥일만도 한데,
오늘 교회가서 성령충만하고(설교후에 침묵으로 묵상의 시간을 갖는데 얼마나 거룩했는지요...),
시내 나가서 마구 쇼핑하면서 지름신도 신어주고(주로 염가로)...눈이 빨개져서 집에 돌아왔답니다.

생전 안입던 미니스커트를 프라이막에서 싸다고 2개나 사고, 애들이나 가는 곳 같던 액세서라이즈에서 너무 멋진 검은 머리의 오스트리아 알바애가 '검은 머리에는 지금 들고있는 알록달록이보단 보단 짙은 초록색 모자가 더 어울려'라는 바람에 그거 질러버리고,
(옥스포드에서 마케팅 전공한다는데 자기 조상중에 아시아계가 있는지 자긴 키가 작고 머리도 완전 블랙이라며 수줍게 웃는데 어찌나 귀엽던지...연신 '너 참 프리티하다'고 칭찬해줬죠.
 
...가만.  그러고보니 너무 쿨하게 생긴게 스트레이트가 아니었던가?^^;;
 
내러티브가 강한 것 같아서 박찬욱 감독 좋아한다고까지 말하는 지한파인데, 어떻게 만지작거리던 모자를 안사줄 수 있겠어요.  올드보이는 원래 일본만화가 원작이다 해줬더니 좀 놀라는 눈치.  PR에 관심도 있다고 해서 연락처 줄까 하다가 점원붙들고 그가 일하는 시간에 뭐하는 오버인가 싶어서 그냥 쿨하게 매장문을 나섰지요.  
 
집에 와서 하우스메이트인 중국인 미키에게 아이템 보여주고, 집주인 언니에게 (* 토릴 언니라고 부르렵니다.  저보다 6살인가 위인데 어찌나 쿨하고 멋진지요.  영국와서 언니복 터졌어요.
 파이낸셜 어드바이저라는데 라이프 컨설팅에도 재능이 있다고 해줬더니 그렇잖아도 그거 할려고 한다고.ㅋ  여기 사람들은 그 직업 무지 좋아하고 하고싶어하네요.)
시내를 돌아다니다 오니 그간의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더니 완전 이해한다네요.  
전 사실 쇼핑으로 뭘 푸는 스탈이 아니었는데, 어제도 막스에서 장을 보면서 저를 위한 튜울립을 샀더니 기분이 너무 좋아졌어요.  어떤 때는 자신에게 줄 작은 선물이 필요한 듯.

여기서 식품매장 브랜드 분류할 때 테스코, 협동조합 매장이 저가, 샌즈베리가 중가, 막스앤스펜서 푸드가 고가로 분류된다지요?  멋모르고 분위기 좋아서 막스 갔는데, 이제 당근 저가로 이동!^^
 
저 완전 수다죠?  영어로만 며칠을 살았더니 이런 이야기는 집주인 언니와 좔좔 하네요.  수업때는 거의 공포증에 가깝더니만...흑
 
토릴언니 청소기 돌리는 거 들으니 저도 방 청소 며칠 못한게 생각나서 해야것어요.
 
한 달 안됐는데 1년은 된 것 같고, 오늘은 10년 정도 있은 것 같은 지루함(?)마저 느껴지다니..정말 강한 적응력입니다...^^

블라블라
 
옥스포드서 울다 웃다 하는 순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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