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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해외통신원

영국 총선 결과 발표를 몇 시간 앞두고

보노정 2010. 5. 7. 09:34
재미있다.   이 나라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는 참 상상 이상이다. 
영국은 1706년에 국회가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의회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인가보다.

6일 치러진 총선에 대해 수업 시간에도, 커피숍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 마다 선거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가 된다.  우리와는 달리 투표일이 공휴일이 아니지만, 사람들은 입만 열면 정치인들과 정당, 정책에 대해 자기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며 열띠게 토론한다. 
이 날 Costa에 1시간 반 정도 앉아있었는데, 내 옆 테이블에 왔다가 떠난 4쌍의 커플이 모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선거이야기만 하다가 나갔다.  주로 노령층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진 것 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하긴 토니 블레어를 비롯한 많은 총리가 옥스포드 출신이어서 여기 사람들의 관심도가 일반 국민의 그것보다 더 뜨거울 수도 있겠다.
그저 지나가는 과객에 불과한 나로서는 영국 자유민주당 당수인 닉 클레그가 4월 28일 옥스퍼드 대학에서 선거 유세를 했다는데도 몰랐지만 말이다.

grumble이란 단어.  그러니까 끊임없이 뭔가에 대해 툴툴거린다는 뜻의 단어인데, 보통 영국인들이 정치판에 대해 불평하는 모습을 묘사하는데 쓰인다고 한다.  계속 투덜대면서도 그들은 정치인들이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좋은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기를 기대한다.  뭔가 기대가 있기에, 계속 불평을 해대는 것이리라.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젊은 층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진보정당의 득표율이 높아진다고 하는데...아무래도 젊은 유저들이 많은 페이스북에서는 6일 밤 까지 1,955,968명이 투표했다고 표시됐다. 
오늘 수업시간에는 심지어 인터내셔널 학생들마저 영국 총선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많은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기 시간으로 새벽 2시경 첫 번째 개표결과가 발표된다는 이야기에 귀를 쫑긋거리며 그 시간까지 안자고 TV를 지켜보겠다고들 아우성이었다.
음...

나로서는...18년간의 보수당 집권을 뒤엎은 이후 13년간 집권해 온 노동당이, 경기침체기에 변화를 원하는 영국 국민들의 성화에 지지기반을 많이 잃었을 것이라 짐작해보는데, 뚜껑을 열기 전까진 아무도 모르는 것이겠지.  얼마 전부턴 토니 블레어까지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집권당에 대한 불평이 대단하기 때문에 4회 연속 집권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뭐 이번에 TV토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는 자유민주당과의 연정이 가능해지면 모를까...
*영국총선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여기를 참고

4월 16일 있었던 첫 번째 TV토론날, 교회의 베릴 할머니댁을 찾아가 옥스팜에서 일하셨던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녁만 먹고 다른 볼일때문에 나왔던 것이 못내 죄송했었다.  온 국민 초미의 관심사였던 그 날의 TV토론을 누군가와 함께 보면서 이야기하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한편, 이런 옥외광고를 보고서는 참  이렇게도 정치 광고를 할 수 있구나 싶었다.
보수당의 선거광고인데, 노동당 당수 고든 브라운 총리의 실없이 웃는 얼굴 옆에다가, '그새 국민 빚을 두 배로 만들었어요.  저를 또 뽑아주세요.' 라거나 '기록적 청년실업을 양산한 저에게 또 기회를' 같은 문구를 적어 넣는다. 



어떤 이는 고든 브라운이 억세게 운도 안좋은 정치인이라고도 하는데...이런 광고를 보면 나도 안좋은 시기에 총리직을 맡아 고생도 많이 했겠다는 생각에 안스럽다는 느낌도 있다.  아무리 오지랖이 넓다해도 뭐 내가 남의 나라 총리의 정치 역정까지 걱정해 줄 처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벌써 새벽 1시가 넘었으나, 아마도 지금쯤 잠못이루는 이 나라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문득 지난 총선이 생각난다.  다 우리 손으로 만든 결과가 아니더냐 하며 얼마나 참 다들...그랬던가.  그 이후로 까마득한 시간이 흐른 것 같다.  그새 나에게도 그렇고, 나라적으로 참 어마무지한 일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진행형인 많은 과오들이 바로잡혀서, 시간이 흐른 후 역사가 평가할 때 감히 '과업'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동기인 로버트가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바뀌었다는 뉴스를 오늘 보내주면서, 그 정부에서 일하는 또 다른 동기 세톤지를 걱정하는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남겼었는데,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얼마나 정치적인 동물인가 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든다.
한 나라의 정치 상황은 그 나라 국민들의 일상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절대 아니라는 생각.  심지어 먼 나라 미쿡의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울 나라 경제와 정치 상황이 영향받지 않나 말이다. 
영쿡은 또 어떨지 모르겠으나, 이래 저래 오늘 새벽에는 인간 사는 세상 한 귀퉁이에서 떠들썩한 이벤트가 하나 또 탄생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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