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일치운동과 3명의 피터에 대한 단상
오늘 설교말씀의 주제는 '다양성에 기반한 통합'이었다.
이번 주간이 Week of Prayer for Christian Unity 이기도 해서 그랬겠지만, 평소 교회 정보지에서 ecumenical이란 단어가 자주 나오고 웬지 단어의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찾아보니 교회일치운동 이라고 하더군.
우리가 경배해야 하는 대상은 하나님 한 분인데, 왜 인간들은 바티칸으로, 통곡의 벽으로, 메카로, 수십갈래의 개신교로 흩어져가느냐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라고나 할까.
알기쉽게 이야기하느라고 그랬는지, 혹은 교회에 출석하는 흑인, 아랍인 부모, 동양인(오늘은 나 혼자)들을 고려해서 였는지, the Minister 가라사대 - '다양한 문화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하나님 안에서 한 자녀로 어울리면서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배워가는 것은 귀중한 일이고, 이런 다양성의 경험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라는 것.
백번 지당한 말씀이고 나 또한 이 땅에 와서 피부색, 문화배경 다른 사람들로부터 참으로 많은 것들을 배워가고 있기 때문에 절.대.공.감 하며 들었다.
그런데, 문득 그 순간...한 명의 피터가 머릿속을 스쳤다.
출석 둘째 주만에 인사를 나누었는데, 백발 성성하신 분이 어찌나 '일본인'에 대한 강한 호감을 갖고 계시던지...유일한 동양인 친구인 준코 아주머니와 같이 서 있을라치면, 한국에서 왔다고 내 소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일본레이디라면 다 환영이야. 꼭 우리 집에 차마시러 와'라고 강조를...^^;;
지난주엔가는 예배중에 'peace with you'라는 인삿말로 일어서서 돌아다니며 거의 모든 사람과 악수하는 '평화 나누는 시간'에, 일부러 날 외면하는 듯한 인상을 받아서 하마터면 '평화 외면하는 시간'으로 느껴질 뻔 했었다.
나에게, '저 분을 위해 기도하리라' 는 도전을 준 피터. 피터 할아버지는 오늘 설교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첫 번째 인상적인 피터다.
(업댓: 1월 31일 예배에서 만난 피터할아버지는 완전 친절하셨다. 사실 내 관점이 달라진거다. 아마 첨엔 내가 낯이 설어서 그러셨던 듯 싶다.^^;; 늘 느끼는 거지만, 일단 나의 시각을 교정해야 사물과 현상이 제대로 보이는 듯. 그러니까, 이노무 스몰마인드를 버려야 세상이 제 위치에 놓이겠다는!)
두 번째 피터는 교회 오르간 반주자.
예배 처음 참석했을 때,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반주에 감동해서 거의 눈물이 나올뻔했기에, 안경끼고 다소곳이 앉아있는 반주자에게 눈길이 갔다.
오르간 반주를 취미로 하는 틴에이저 아들을 둔 준코아주머니가 교습을 부탁해보려고 예배후에 티타임때 옆에 서있던 피터와 대화하는 바람에, 그와 인사를 하게 되었다.
우연의 일치인가, 내가 좋아하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과 같은 직장인 Oxford University Press에 다닌다는 것 아닌가. 그때 마침 1월 초 큰 눈이 왔을 때여서 재미있는 눈사람들을 회사 마당에 만들어놓고 컨테스트를 하고 그랬다는데, 그 이야기를 했더니 새삼스러워하며 금방 말을 트게 되었다. 물론 수줍음이 많은 것 같았고, 내 영어가 고생이어서 길게 말은 못했지만...ㅋ
오늘은 두 번째로 인사한 날인데 소니 디카로 동영상을 찍어줬더니 조금은 재미있어 하더군. (사진의 뒷 모습 나온 분)
(업댓 : 지난 주에 카메라 자랑 하자마자 2일 후 전원이 작동안된다. 더구나 오늘은 어르신들과 오래 이야기나누느라 인사도 못하고...이 분 회사일 관련해서 부탁 하나 하려 했는데...흑)
에이미 할머니의 생일이라 케이크 커팅/ 티타임 시간 정경 / 늘 차 봉사하시는 젠틀맨 이언 할아버지 등등...
세 번째 피터는 St. Abbe 교회의 성경공부 중 하나인 목요일 여성바이블스터디에서 설교를 하시는 피터 목사님이다.
15명 정도가 둘러앉아 편하게 담소도 나누고 차와 케이크를 즐기다가 성경말씀도 듣고 찬양하고(심지어 예배때보다 더 힘차게!), 모두가 눈을 감은 가운데 자발적으로 누구든지 기도할 내용이 있으면 기도하는, 그런 모임은 처음이었기에 참 감동받았다.
피터 목사님은 주일 저녁에 설교를 하신다는데, 작은 모임에서도 힘차게 말씀을 전하시는 것이 참 멋져부러~ 였다. 아직 인사는 나누지 못했지만, 오늘 이 교회에서 여자목사님께 말씀에 정말 감동받았다고 인사드린 것 처럼, 다음번에 꼭 나의 감동을 전하리라! (사진의 빨간 옷 입으신 분)
(업댓 : 그 담주 목욜 성경공부에는 다른 여성분이 말씀을 전해주셨다. 끝무렵 오셔서 인사만 하시던 피터 목사님. 이리하여 감사표현은 물을 건너서 다음 기회로~)
치~즈 하란다고 정말로 치즈 해버린 me, 불어도 잘한다는 베쓰, 절친 조이(우->좌)/ 담소나누는 사람들 모습 등등...
아, 교회일치로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3명의 피터 이야기로 우회전했었는데, 다시 좌회전해서!
기회가 되면 꼭 영국교회들에서 펼쳐지고 있는 교회간 연합의 형태(옥스포드에서의 짧은 경험에 기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아직 과문하여서 일부 몇 가지 눈에 보이는 대로만 판단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영국교회의 지역교회들간 연합은 양적성장에만 치중한다는 비판도 듣고있는 한국교회가 참고해야 할 '초대교회'본연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지역의 4~5개 교회가 서로 연합하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관리사무소도 있다), 예배와 찬양, 성경공부 모임, 지역사회 현안 토론 모임에 이르는 다양한 모임활동을 공동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한 교회가 재정적으로 어렵다고 하면 다른 교회들에서 공동모금을 하는 등, 그 연합과 협력의 층위가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고 튼튼하다.
물론 교회에 젊은이들보다 나이드신 분들이 훨씬 많고 출석교인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어서 비워두는 교회가 생기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활발한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교회연합 활동은 영국교회와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공동체 정신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라고 생각된다.
한 달간 출석하면서, 이 소박하고 따뜻한 교회에 많은 빚을 진 기분이다. 빚진 자의 마음으로 오늘은 잔 씻는 일을 도왔다. 기것해야 마른 행주로 물기 닦는 일이었지만, 기뻤다.
여기서 만난 친구들이 젊은 외국 학생들이 많이 오는 큰 교회에서 자기들과 함께 예배드리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수차례 했었지만, 주일예배는 이 곳에서 성수하고 싶은 마음이다.
피터 할아버지를 위한 '다양성 존중' 기도도 빼먹지 않으리!^^
내가 한국에서 출석하고 있는 우리 한일교회도 주변 교회들과의 연합을 통해 지역사회속으로 더 깊숙히 들어가서, 중구 지역 일대의 영적 변화와 고통받는 사람들의 치유에 단비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우리 유년부 아그들을 비롯, 교회식구들이 보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