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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해외통신원

동생과의 이메일 - UK 안부

보노정 2009. 12. 28. 08:09
동생은 어릴적엔 가족들과 교회다니다가, 일하기 시작하면서 나가지 않게 된 케이스.  동생댁은 불교집안에서 자랐지만, 크리스마스에 조카를 세례받게 해야 한다는 엄마의 바람을 착실하게 받들어 얼마전에 교회에 나가 세례교육도 받은 사람이다. 

동생네의 구원받음은 우리 집안의 기도제목인데, 내가 떠나올 때쯤 집근처의 좋은 교회에 출석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아는 분께 동생 연락처를 드렸었다.  그게 어찌 됐는지가 가장 궁금했었는데...아직 답을 듣지는 못했다.  기도...기도...기도다.

새삼스러운 동생과의 이메일이 신기하고 기특하고 한편으로는 그간의 일들을 정리도 잘 해놓았길래 옮겨본다.

순권아!
너하고 이렇게 메일 교신하니까 참 새삼스럽다.ㅋㅋ
내 동생 짧은 안부글도 참 잘 쓰네. 역시~  하은아빠다!  아래 네 메일 내용에 대해서 부분 부분 하고픈 말을 푸른색으로 달았다.  참고해라.

어머니는 요즘 저녁마다 교회가시느라고 나도 얼굴뵙기 힘듬 ㅡㅡ;
 
전에 하은엄마에게 보낸 안부 메일에서 좋은나무교회 이야길 좀 했었는데...서둘 일은 아니지만 어떤 상황인가?  궁금하더라.  뭐 지금은 아니고 나중에 가보겠다던가 뭐 아무 이야기나.  네가 막 붙잡고 가지말라 그러지나 마셔.  저녁마다 교회가셔서 하시는 엄마 기도 내용이 뭐겠냐.  아들들의 신앙은 효도차원에서 시작한다는 걸 기억하거라~~


 
글고 누나가 나중에 어머니한테 문자좀 보내줘 집에 보일러좀 틀고 사시라고 ;;
내가 가보면 외출기능으로 돌려져있더라고..
 
글쎄 엄마가 그러신다.  나 집에 있을때도 늘 그러셨다.  영국 집들을 생각하면 하긴 뭐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뜨시게 하고 사는거다.  여기 사람들은 아기들도 추위에 막 내놓고 키우고 그러더라.  너무 걱정 마시게. 



하은이랑 하은엄마도 모두 겅강하게 잘 지내고있고
아참.. 몇일전에 집 수도계량기 터져서 좀 고생했삼 ㅋ
 
건강하게 다들 잘 지낸다니 좋다.  그런 황당사건 발생하면 하은이 생각해서 신속해결해라.  하은엄마 물 데우느라 고생한다...


 
항상 감기조심하고 차조심 사람조심해
그쪽 동네에서는 지갑에서 돈 꺼낼때도 조심해서 꺼내. 나쁜놈들 있을지도 모르니까.
 
여기나 어디나 날라리는 날라리대로 있고, 점잖은 사람들도 많다.  한국인에게 양도받은 핸펀을 기차에 놓고 내리는 웃기는 상황도 있었는데,영국인이 주워서 우편으로 부쳐줬다. 
여긴 한국이랑 상황이 달라서 어디 한 군데만 나가도 큰 돈이 든다.  하루에 교통비로 몇 만원 깨지는 건 다반사.  그런 상황에서 추운 날씨에 우체국까지 가서 자기 돈 들여 부쳐주다니...그래서 보답으로 우표 몇 장 넣어서 카드 보내줬다.  그러면서 문화적 차이와 사는 방식을 배우고 있으니, 좋은 교훈이지. 
 
나는 정말 여기서 복이 터졌다.  한국에선 제대로 차려먹지 못한 생일상을 여기 임시거처 입주자들의 축하속에서 즐겁게 받았고, 여기 먼저 온 친구와 연락도 닿아서 그 친구네서도 미역국 얻어먹었다.  내가 먼저 남에게 잘 하려고 마음 먹으니까 모두가 서로 더 잘하려고 한다.  무시무시한 물가로 살림살이가 팍팍한 이 곳에선 꽤나 보기드문 감동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지.  할렐루야!
 


암튼 좋은사람들 만나서 도움 많이 받고있다니 다행이고
공부 열심히~ 몸 축내진말고 메일 자주 보내. 어머니한텐 문자로 보내드리고 ( 비싸면 일주일에 두어번정도만 보내)

로밍폰으로 보내면 300원인데 네이트온으로 보내면 문자가 다 공짜니까 문자에 돈든다 생각 말아라.  아! 그리고 스카이프 가입해라.  내 폰이 스카이프 되는 폰인데, 한국서 그 싸이트 접속해있으면 나와 공짜로 통화가능하다.  웹캠같은 건 엄마가 쓸데없는 일이라고 하실 거니까...ㅋ
 
그리고 www.facebook.com 가입하고 알려줘.  내가 찾아서 친구신청 하면 내 사진들 한꺼번에 볼 수 있다.  메일로 일일히 못보내겠더라.  아쉽지만 일단 이렇게 근황을 보여드리자.  
 
아래는 10일 동안 발생한 일들을 좀 상세히 정리한 글이야.  친구에게 메일로도 보냈던 내용.  은혜가 넘치는 간증이다~
 
옥스포드 이사 관련
 
옥스포드 이사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돈아끼면서 덜 힘들게 할까를 놓고 여기 계신 분들이랑 다들 모여서 머리를 짰는데,  이런 치밀한 전략들이 무효가 되는 기적이 발생했다.
 
사리분별 엄격하신 목사님이 차로 옥스포드까지 가주신대는거다.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 어안이 벙벙한 호의였고, 여기 오래 묵었던 사람들도 화들짝 놀랐다. 미니캡으로 150파운드가 최소라는데(편하게 1파운드에 2천원 곱하면 30만원...), 기름값으로 가주신다니 30킬로 넘는 짐을 이고지고 가려고 결심했던 나로서는 그 동안 애들에게 호두반찬 좀 나눠준것밖엔 없는데 참...요즘 애들 표현으로 '쵸큼' 찡했다.  아까워서 혼자놓고 먹으려고 했을때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ㅋ.  오병이어의 기적은 이런 것!

 
뭐 암튼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뭣도 잃어버리고 돈도 많이 지출한 나로서는 이런 기대못한 호의를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 부르고 싶다.
 
 
옥스포드 집 구하기:
 
아침 일찍 옥스포드로 집보러 가는 험난한 여정을 떠나서, 딱 12시에 집에 들어섰으니...정말 지난한 여정이었다.  교통에만 8시간?  원래는 1시간 반 걸리는 런던-옥스포드 여정이 4시간 가까이...
눈이 쌓이고 길이 미끄러우면 차 막히는 건 다 똑같더구나.
 
집을 딱 두 개 보고서 후배가 조언한 대로, 감이 팍 오는 곳을 찍었어.  학교 아주 가까운 곳의 집은 방이 고시촌.  여기는 싱글룸이 다 이 모양인가봐.  동네 분위기도 어두워서 노.  
쥔장아저씨는 50넘은 나이같은데도 맨인블랙에 스키니스러운 바지를 입으신 엄청나게시리 세련된 분 같았는데...열쇠를 주렁주렁 갖고 다니길래 집이 많은가부다 했는데, 집을 구했다고 이멜 쓰려고 보니까 내가 봤던 집은 벌써 나갔고, 좋은 동네에 또 방을 내놨더군.  귀티나게 입으셨다 했더니 부동산 부자였던게지. 
 
두 번째로 본 집은 학교서 버스로 다녀야 하는 거리에 있는 한적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더블룸.  어둑할때 찾아갔지만 동네가 평화로워보이고 뭣보다 집주인이 프랑스 남자, 영국여자에 아주 귀여운 4살, 5살짜리 아들내미들이 있는 집이더라구.  방도 더 넒고 코지하고.  이불보에 중국 글자가 있었다는!ㅋㅋ  쥔장 아줌마가 예전에 한국여자애들도 두 명 묵었었다고, 아주 러블리했다고 하는 말도 맘에 들고 해서 80% 마음 굳혔고 다음 날 아침에 답을 주겠다 했는데, 결정했냐고 문자가 또 왔길래 그러자고 했지.  
 


이리하여, 웹서핑에만 몇 달을 소요한 나의 집구하기는 딱 두 번째 본 집으로 종료버튼 눌렀다.  여기 아드님과 같이 계신 분이 빌려주신 따님의 아이팟 8기가 폰이 아니었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그래.  이것도 클스마스의 기적이라면 기적이다.  들고다니니 뽀대는 또 얼마나 나던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3백몇십 파운드라는데?ㅋㅋ
 
이제 28일 이사하면 정말 집중적으로 학교수업 준비해야지! 라고 다짐했는데 으... 1월 6일 개강이 겁난다.  그래도 집 구해서 날아갈 듯~~
 
어떤 날은 영국애들이랑 전화로 얘기도 좔좔 하고 집도 샥샥 잘 찾아가고 하다가, 어떤 순간엔 딱 바보가 되는 듯한 기분이다.  하지만, 하나님빽 믿고 하루하루 살고있다.  감사한 일들 뿐이니...정말 지켜주시는 것 같아.

 
내 걱정일랑 말고, 엄마와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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