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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해외통신원

providence of God

보노정 2010. 2. 1. 09:12

깨달음은 찰나인 것 같다.
나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오신 그 분의 섭리를 직감적으로 느끼는 그 찰나.
어쩌면 그렇게도 둔했을까.  그 많은 시그널들을 매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피해가면서 살아왔던 지난 시절이 새삼스럽다.

2월로 23살을 맞는 카자흐스탄 국비장학생 디나라가, 살아있었다면 어제로 21살 생일을 맞았을 여동생을 이야기했을 때, 나 또한 먼저 하늘에 가계신 아버지가 생각나서 깊은 슬픔과 위로를 함께 나눴다.

무슬림 국가, 무슬림 가정에서 자랐기에 돼지고기를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비밀로 하고싶어 하는, 모델같은 외모와는 달리 생각이 소박하고 순진하기 그지없는,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보다 어른스러운 조심성을 가진 그녀와 구글톡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이, 배경 같은 건 다 잊고 오로지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에만 집중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신기하기도 하지.  길지 않은 영어로 감정을 그렇게 깊게 나눌 수가 있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그녀도 나도.

돌아가신 아버지가 늘 곁에 계시다고 생각하고 있고, 언젠가는 하늘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이제까지 버텨올 수 있었다는 나의 고백에, 크리스천이 아닌 그녀는 다시 동생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너도 언젠가 알게 될 거야.  누구에게나 그 분을 만나는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지금 모든 걸 다 알려고 할 필요도 없고, 또 알 수 없다고 혼란스러워하지 않아도 돼.  시간이 모든 걸 말해줄거야.'  라는 요지를 열심히 전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심전심, 염화시중, 불립문자, 이이제이, 그녀와 나는 'peace' 를 나눴다.

내가 숨쉬는 매 순간마다 대체 어떤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인가 늘 생각해왔는데, 어느 순간 그에 대한 답을 주셨음을 직감했다.

외롭고 슬픔에 찬 영혼과 나누는 짧은 대화.  이런 순간들이 모여 만드는 작은 교감으로, 불현듯 마음에 주시는 감동과 중보기도로, 내 먹을 것 조금 아껴서 남 먹이자는 마음으로, 웬만하면 한 발 비껴서주는 태도로, 비전과 미션에 공감하며 2천원도 안되는 노숙자 잡지를 구매하는 행위로, 새로 만난 친구에게 서스럼없이 그 혹은 그녀의 장점을 이야기해주는 구체적인 대화로...다양한 양상을 통해 그 분의 사랑의 섭리를 드러내시려 한다는 것을 느낀다. 

2월 1일 0시 05분.  옥스포드라는 도시에서의 한 달을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