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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불만족' 본문

일상다반사/해외통신원

'거룩한 불만족'

보노정 2010. 4. 21. 06:38
앞 포스팅에서 Andrew Yeon이라는 재미교포 청년을 소개했었다.  매년 스콜센터가 전 세계의 사회적기업가중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사업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에게 수여하는 Skoll Award 2010에 선정되어 7억 5천만원 가량의 상금을 받은 청년 말이다.

One Acer Fund 라는, 케냐와 르완다를 지역기반으로 주로 여성 농부들에게 작은 땅을 경작하게 함으로써 기본적인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경제적 기반을 다진 여성들이 가정에서 존경받도록 함으로써 자아실현도 도와주는 개념의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스콜센터 싸이트에 소개된 사진만 보고는 나이가 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애뗘보이는 젊은이였다. 
예일대를 나온 재원인 그가, 세상에 좀 더 유익한 일을 찾아보라는 부모님의 권유로 케냐에서 인턴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저 '좋은 부모님 만나 미국에서 교육받으면서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던 운 좋은 착한 젊은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때 그는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에 눈을 뜨게 되었고 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비교적 복잡하지 않은 형태의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뒷골이 좀 당기는 듯 했다.

비록 며칠간의 출장길이기는 했으나, 나는 KBS팀과 2006년 케냐를 방문했을 때 나이로비 시내에서 지상최대라는 거대한 슬럼가 키베라를 차로 지나가면서 '아, 이렇게 열악한 삶의 현장도 있구나'하는 놀라움만을 느꼈었을 뿐.  구체적으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2주인가 후에 그 슬럼가에서 한국 전도사님이 총에 맞아 돌아가셨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9.11때도 사건 2주 전에 뉴욕을 다녀왔던 걸 떠올리며 우연의 일치에 놀랐을 뿐.  역시나 '나'를 중심으로 세상과 사물을 대하는 태도에는 일말의 변화도 없었던 것.

물동을 이고 2킬로미터를 넘게 걸어 강가에 도착해서, 잠복해있던 악어에게 물어뜯기거나 덤불에 웅크리고 있던 코브라에게 눈을 쏘여 장님이 된 여성들이 부지기수라는 현지 안내인의 말을 듣고 몸서리치게 충격을 받았으면서도, 그저 마음만 안타까웠지 이내 나의 인류애는 일상속으로 잠수를 타버렸기에...
늘 그 상태로 머문 채 마치 성장을 거부하는 듯한 나의 이타심이 못내 답답했던 나에게, Andrew Yeon이라는 작은 청년의 자분자분한 이야기는 내게 자분자분하게만 들리지가 않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그런 여러 이야기들 중의 하나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지침이 되기도 하는, 짧지만 호소력 강한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이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리라.
20대 젊은 청년 Andrew Yeon 은 먹고 사는 문제가 너무나 절실한 케냐, 르완다 농경지역 여성들을 보면서 '거룩한 불만족'을 느꼈던 것이겠지.

최근 '스펙이 아니라 자신만의 스토리로 승부하라!'는 이야기를 열심히 설파하고 있는 블로시스30 멤버의 글도 그런 의미에서 참으로 의미있는 이야기이다.  멀리 아프리카까지 가지 않더라도, 자신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거룩한 불만족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기에.
http://www.theuntoday.com/239

내가 왜 존재하는가 하는 물음을 거듭하다보면, 어느 순간 어떤 생각 하나가 머리를 치는 순간이 있는데, '거룩한 불만족' 이라는 것도 존재에 대한 물음의 끝에 만날 수 있는 귀한 개념이다.

몇 번을 저장만 해놓다가, 일단 머릿속에서 밖으로 내 보내야 더 유익한 개념들이 더해질 것 같아서 미완의 글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