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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자랑스러워지는 소소한 발견꺼리 - 옥스포드 소니센터 방문기 본문

일상다반사/해외통신원

한국이 자랑스러워지는 소소한 발견꺼리 - 옥스포드 소니센터 방문기

보노정 2010. 2. 7. 09:45

한국이든 영국이든 어디든 똑같은 듯 하다.  클레임이나 요청할 것이 있어서 매장에 가면, 일단 시니어급과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이다.

애용품 소니카메라가 이유없이 전원이 나가버려서, 그 이유를 찾으려고 처음 소니 매장을 찾았을 때는, 라틴계의 젊은 직원이 응대했었다.  뭔일이냐고 물어보길래 이래저래 하다고 했더니 전화번호를 하나 주면서 '영국서 산 제품이 아니므로 일단 온라인 서비스센터에 전화해서 확인해보라' 했다.

바빠서 전화도 못하고 있다가, 큰맘먹고 4파운드 남아있는 선불폰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이 서비스센터라는 곳이 직원교육을 어떻게 시키는건지...전화받은 여성은 컴터화면으로 뭘 확인해보겠다 하더니 하세월이었던거다.  분당 통화료가 1파운드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과장 좀 더해서 '피가 마른다'는 느낌이 뭔지 짐작하겠더라. 
나 스스로도 확인이 가능한 웹 화면을 한참을 뒤지는 듯 하다가 그녀는 결국 내 제품 모델을 찾을수가 없어서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다는 허망한 답을 주었다.
대기하는 중간에 내가 '선불폰이어서 통화 오래 못한다' 했더니 신경질섞인 높은 음성으로 옆 동료에게 뭐라뭐라 하기까지 하더니 결국 그따구 답을 주길래 일단 알았다고 조용히 끊었다.  폰을 확인해보니 0.62파운드가 남았더라.  문자 한 통 보낼 수 없게 된 것이지.  6분이 넘는 시간동안 7천원 가까운 돈을 그야말로 쓰잘데없는 센터와의 통화로 날려버린 심정. 
더 기막힌건, 그녀와 통화중 동시에 검색했던 내 화면에선 나의 카메라 모델이 떡 하니 떠 있는 것이었다...

해결책을 위해 웹을 뒤지다 뒤지다가, 결국 문제의 번호를 알려 준 매장에서 끝장을 보자 싶어서, 오늘 두 번째로 같은 소니센터를 방문했다.  일단 좀 노회해보이는 매니저급 스태프에게 다가가 연결 케이블선이 문제인지 카메라 자체 결함인지 알고싶다고 하면서 준비해간 케이블과 (한국것이어서 매장에서의 시연을 위해 어댑터까지 가져갔다는) 카메라를 펼쳐보였다.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더라.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까지 동원해가며 이것저것 연결해보고, 차트를 꺼내보고... 내 보기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더니, 나에게 정확하게 필요한 정보(웨일즈에 있는 소니센터 주소 라벨, 연락처)를 재깍 건네주었다.

이게 구력의 차이인가. 

이건 참 개인적인 느낌인데, 우편배달부나 매장의 일반 점원의 업무관련 훈련수준의 정도는 한국이 월등하다는 생각이 든다.
13만원 넘는 운임을 들여 한국에서 부쳐온 음식물이, 16일에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는데 여기서 세 번이나 집주소를 못찾았다고 반송됐다가 21일 오전에야 집에 당도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또 오랜기간 살아보신 분들의 말씀 또한 한국의 노동인력의 수준과 성실성은 여기서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서도 인정받을 것이라 하신다.
이마만큼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놓은 앞 세대들의 휘어진 등허리에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어진다.  고도성장과 함께 자라온 해결해야 할 난제들은 또 다른 문제이고.

OECD국가중 주당 노동시간이 가장 높은 나라에 산다고 불만도 높았지만, 배달하다가 퇴근시간 됐다고 짐 놓고 집에 가버리기도 한다는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종종 벌어지는 이 나라에 있으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근면성과 직업의식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워진다.  물론 비인간적인 노동착취는 물러가라!!! 지만...

물론 개개인의 차이도 있을것이다.  교육을 제대로 못받고 고객접점에 투입된 '부족한' 직원들때문에 전체 서비스의 품질이 비난받는다는 건 억울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우리 한계가 있는 인간들은 철저히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해서 사물을 판단하게 되는 것을.

지위고하, 연령, 성별, 교육정도를 막론하고, 한 나라의 체제, 사람들, 서비스에 대한 인상은 그 혹은 그녀의 주관적인 경험에 의존한다.  좀 더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은 판단의 데이터가 더 풍부해질 수는 있겠지만, 그런 경우 또한 주관적 판단이라는 최종 장벽을 넘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주관적인 경험에 근거해볼 떄, 한국 특히 서울은 서비스 수준이 영국 특히 옥스포드보다 높다.
이의있으신 분 댓글 환영이다.